
하루 종일 일하는 로봇, 왜 아직 없을까
BMW 공장에서 Figure 02는 하루 10시간 일했다. 대단해 보이지만 사실 이건 착각이다.
10시간 내내 쉬지 않고 일한 게 아니다. 충전하고, 교체하고, 대기하는 시간이 포함됐다.
2026년 현재 대부분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한 번 충전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2~4시간이다.
공장은 하루 8~10시간 돌아간다. 로봇이 진짜 일꾼이 되려면 적어도 사람 한 교대 분량인 8시간은 버텨야 한다.
배터리가 지금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장 큰 병목이다.
🔋 왜 2~4시간밖에 못 쓰나

로봇이 배터리를 이렇게 빨리 쓰는 이유가 있다.
움직임 자체가 엄청난 전력을 먹는다.
인간이 걷는 건 놀라울 정도로 에너지 효율이 높다. 수백만 년의 진화가 만들어낸 구조다. 근육, 힘줄, 뼈가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최소한의 힘으로 이동한다.
로봇은 다르다. 모든 관절을 모터로 구동해야 한다. 균형을 잡는 것만으로도 끊임없이 전력이 소모된다. 걷고, 잡고, 들어올리는 매 동작마다 배터리가 줄어든다.
AI 두뇌도 전기를 먹는다.
로봇이 카메라로 주변을 인식하고 AI로 판단을 내리는 과정은 고성능 컴퓨터가 실시간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스마트폰도 동영상을 오래 찍으면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 로봇은 그보다 훨씬 복잡한 연산을 1초에 수십 번씩 한다.
AI가 똑똑해질수록 전력 소모는 더 늘어난다. 기능이 좋아질수록 배터리 문제가 오히려 심해지는 아이러니다.
💡 지금 기업들은 어떻게 버티고 있나
보스턴다이내믹스 —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한다
CES 2026에서 아틀라스가 공개한 가장 놀라운 기능이 있다. 배터리를 스스로 교체하는 것이다.
배터리 팩이 착탈식으로 설계됐고 교체 시간은 단 3분이다. 배터리가 닳으면 스스로 충전 스테이션에 가서 배터리 팩을 갈아 끼우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다.
완충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배터리 자체를 바꿔버리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보조배터리처럼.
이론적으로는 배터리만 충분히 준비해두면 로봇이 24시간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다.
테슬라 —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이식한다
테슬라는 배터리 회사이기도 하다. 전기차에서 수년간 쌓아온 배터리 설계와 열 관리 기술이 옵티머스에 그대로 들어간다.
전기차 배터리와 로봇 배터리는 요구 조건이 다르다. 전기차는 큰 공간에 무거운 배터리를 넣어도 되지만, 로봇은 가볍고 작으면서 오래 가야 한다.
이 차이를 좁히는 게 테슬라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피규어 AI — 무선 충전을 탑재했다
Figure 03에는 발에 무선 충전 코일이 탑재됐다. 충전 스테이션 위에 서 있기만 하면 작업 중간중간 자동으로 충전이 이뤄진다.
완충을 한 번에 하는 게 아니라 조금씩 자주 충전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을 책상 위 무선 충전 패드에 수시로 올려두는 것처럼.
⚡ 진짜 해법은 전고체 배터리다

지금 배터리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 있다. 전고체 배터리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쓴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걸 고체로 바꾼 것이다.
뭐가 달라지는가.
에너지 밀도가 올라간다. 같은 크기에 더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다. 충전 속도도 빠르다. 그리고 액체가 없으니 누액 위험도 없다.
로봇에 전고체 배터리가 들어간다면 같은 크기에 지금보다 2배 이상 오래 쓸 수 있다. 8시간 가동이 현실이 된다.
문제는 가격이다. 전고체 배터리의 kWh당 가격은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의 약 5~6배로 추정된다.
그래서 전기차에 먼저 들어가기 어렵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반면 로봇은 다르다. 성능이 더 중요하고, 가격 민감도가 낮다. 전고체 배터리가 전기차보다 로봇에 먼저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이미 로봇용 고성능 배터리 공동 개발을 시작했다. 두 회사가 손을 잡은 이유가 여기 있다.
🇰🇷 한국 배터리 기업의 기회
솔직히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힘들어졌다. 중국 CATL이 가격으로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 고전하는 이유다.
그런데 로봇용 배터리는 다르다.
중국산 로봇이 많아질수록 미국과 유럽은 중국산 배터리를 쓴 로봇을 꺼릴 가능성이 높다. 보안 문제, 공급망 리스크.
한국 배터리 기업이 파고들 공간이 생긴다. 고성능, 탈중국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곳이 한국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위기가 로봇 배터리 시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 주요 로봇 배터리 현황 비교
| 로봇 | 배터리 방식 | 가동 시간 | 특이사항 |
|---|---|---|---|
|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 | 착탈식 교체 | 4시간 + 교체 | 3분 내 자가 교체 |
| 피규어 AI Figure 03 | 무선 충전 | 미공개 | 발 무선 충전 코일 탑재 |
| 테슬라 옵티머스 | 자체 배터리 | 미공개 | 전기차 기술 이식 |
| 유니트리 G1 | 리튬이온 | 약 2시간 | 저비용 설계 |
| 목표 (전고체 적용 시) | 전고체 배터리 | 8시간 이상 | 상용화 시 게임체인저 |
💬 자주 묻는 질문 (FAQ)
Q. 로봇 배터리를 더 크게 만들면 되지 않나?
배터리가 커지면 로봇이 무거워진다. 무거워지면 이동에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해지고, 배터리는 또 커져야 한다. 이 악순환 때문에 단순히 배터리를 크게 만드는 건 해결책이 아니다.
Q. 전고체 배터리는 언제 로봇에 들어오나?
업계에서는 2028~2030년을 현실적인 시점으로 본다. 가격이 충분히 내려오고 양산 체제가 갖춰지는 시점이다.
Q. 아틀라스의 배터리 자가 교체는 실제로 작동하나?
CES 2026에서 시연은 성공했다. 다만 실제 공장 환경에서 수천 번 반복해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는 양산 단계에서 검증이 필요하다.
Q. 무선 충전으로 하루 종일 쓸 수 있나?
무선 충전 속도가 사용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 현재 기술로는 작업 강도가 높을 때 무선 충전만으로 버티기는 어렵다.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수준이다.
Q. 한국 배터리 기업이 실제로 로봇 배터리 시장에 진입했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로봇용 고성능 배터리 공동 개발을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로봇용 특화 배터리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배터리 얘기를 쓰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로봇 기술의 발목을 잡는 게 AI도 아니고, 하드웨어도 아니고, 배터리라는 게.
가장 첨단 기술이 가장 오래된 물리적 한계에 막혀 있는 것이다.
인류가 전기를 쓰기 시작한 이후 에너지 저장 문제는 항상 따라다녔다. 스마트폰도, 전기차도, 이제 로봇도 결국 같은 문제 앞에 서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렇다. 배터리 문제가 풀리는 순간 지금 기술적으로 막혀 있던 모든 것이 한꺼번에 열린다.
전기차가 배터리 덕분에 내연기관을 위협하게 된 것처럼. 로봇도 배터리 혁신이 오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그 혁신이 한국에서 나오기를 조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