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로 써봤더니” — 실험실 밖의 이야기
휴머노이드 로봇 영상은 넘쳐난다.
공연히 춤추고, 재주넘고, 손가락으로 달걀 집는 영상들. 보기엔 신기한데 솔직히 이런 생각이 든다. “저게 실제 현장 일도 학습 시키면 적용 될 수 있을까?”
BMW가 그 질문에 직접 답했다.
실험실이 아닌 실제 자동차 양산 공장에, 진짜 로봇을 넣고 11개월을 돌렸다. 그 결과가 이제 나왔다.
🏭 무슨 일이 있었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스파르탄버그. BMW의 핵심 생산 기지 중 하나다.
여기에 피규어 AI(Figure AI)의 휴머노이드 로봇 ‘Figure 02’ 2대가 투입됐다.
임무는 단순하지만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차체 작업장에서 판금 부품을 집어 정확한 위치에 올려놓는 일. 밀리미터 단위의 정밀도가 요구되는 작업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11개월 운용 동안 9만 개 이상의 판금 부품을 처리했고, BMW X3 약 3만 대 생산에 기여했다. 총 가동 시간은 1,250시간을 넘겼다.
단순 반복 작업을 시킨 게 아니었다. Figure 02는 작업 중 스스로 오류를 감지하고 수정하는 능력도 보여줬다.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동작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상황을 인식하고 행동을 조정했다는 뜻이다.
🤖 이 로봇, 뭐가 다른가
기존 공장 자동화 로봇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정해진 동선만 반복한다. 컨베이어 속도가 바뀌거나, 부품 위치가 조금 달라지면 바로 오류가 난다. 사람이 가서 다시 세팅해야 한다.
Figure 02는 달랐다. OpenAI와 공동 개발한 언어 모델을 탑재해 인간 작업자를 관찰하면서 새로운 작업을 스스로 학습한다.
로봇이 “이거 어떻게 해?” 하고 물어보는 게 아니라, 옆에서 사람이 하는 걸 보고 따라 하는 구조다.
이걸 업계에서는 ‘피지컬 AI(Physical AI)’라고 부른다. 맥락을 이해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로봇. 전통적인 자동화와 전혀 다른 개념이다.
🌍 BMW는 왜 멈추지 않고 유럽으로 확대했나

스파르탄버그 결과가 좋았으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BMW는 곧바로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으로 무대를 옮겼다. 이번 파트너는 헥사곤 로보틱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AEON’.
키 약 1.65m, 무게 60kg. 최대 2.4m/s 속도로 이동하며 바퀴 기반 구조로 공장 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투입 분야는 고전압 배터리 조립과 부품 제조 공정이다. 전기차 생산의 핵심 라인에 로봇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2025년 12월 첫 배치, 2026년 4월 추가 테스트, 그리고 여름부터 본격 파일럿 가동. 유럽 자동차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투입된 최초 사례다.
💡 공장 입장에서 진짜 이득이 뭔가
솔직히 기업 입장에서 로봇 도입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초기 비용도 들고, 설치도 복잡하고, 작업자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도 BMW가 계속 밀어붙이는 이유가 있다.
인간에게 “인체공학적으로 어색하고 피곤한 작업”을 대신 맡길 수 있다는 점이다.
차체 아래 쪼그려 앉아 판금 부품을 끼워 넣는 작업. 하루 종일 팔을 들고 반복하는 작업. 이런 일을 오래 하면 근골격계 질환이 생긴다.
로봇이 이 부분을 가져가면 사람은 더 판단이 필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하기 싫은 일을 로봇이 맡는 구조. 적어도 지금 단계에서는 그렇다.
📊 현장 투입 성과 요약
| 항목 | 내용 |
|---|---|
| 공장 | 미국 스파르탄버그 (BMW) |
| 로봇 | Figure 02 × 2대 |
| 운용 기간 | 약 11개월 |
| 총 가동 시간 | 1,250시간 이상 |
| 처리 부품 수 | 판금 부품 9만 개 이상 |
| 기여 생산량 | BMW X3 약 3만 대 |
| 다음 단계 |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 AEON 투입 |
💬 자주 묻는 질문 (FAQ)
Q. 로봇이 공장에 들어오면 일자리가 줄어드나?
단기적으로는 단순 반복 작업 일자리가 줄 수 있다. 하지만 로봇 유지보수, 운영 관리 등 새로운 직군도 생긴다. 완전한 대체보다는 역할 전환에 가깝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Q. Figure 02는 얼마인가?
공식 소매 가격은 미공개다. 업계 분석가들은 통합 지원 포함 대당 10만~25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한다.
Q. 로봇이 실수하면 어떻게 되나?
Figure 02는 오류를 스스로 감지하고 수정하는 기능이 있다. 다만 중대한 오류 발생 시 인간 작업자가 개입하는 구조는 여전히 유지된다.
Q. 한국 자동차 공장에도 투입될까?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자체 공장 자동화를 추진 중이다. 완성차 제조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로봇 내재화를 추진하는 곳이기도 하다.
Q. 기존 산업용 로봇팔과 뭐가 다른가?
기존 로봇팔은 사전 프로그래밍된 동작만 반복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상황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해 동작을 조정한다. 유연성과 적응력이 핵심 차이다.
BMW의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단 하나다.
“실제로 해봤다”는 것.
영상 속 시연이 아니라, 진짜 양산 라인에서, 진짜 부품으로, 진짜 차를 만들었다.
9만 개의 부품이 그 증거다.
개인적으로 이 숫자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로봇이 공장에 들어오는 건 “언젠가의 일”이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걸.
그리고 BMW 다음에는 어느 공장이 될까. 도요타는 이미 어질리티 로보틱스와 정식 상업 계약을 맺었다. 실험이 끝나고 상업화가 시작됐다는 신호다.
공장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우리가 알던 그 공장이 아닌 곳으로.